단어장 앞쪽 서른 장만 새까맣고 뒤는 깨끗한 채로 덮어 둔 적 있나요.
문제는 의지가 아니라 순서예요. 무엇을 언제 다시 봐야 하는지는 사람이 감으로 정할 수 없거든요. 피터패터는 그 계산을 대신하는 영어 단어 암기 앱이에요. CEFR A1부터 C단계까지 영어 단어 13,488개를 담았고, 당신은 오늘 몫만 하면 돼요.
「오늘 뭘 봐야 하나요?」
앱이 골라 놔요. A1 기초 1,067단어에서 시작해 A2 축적, B1 자립, B2 확장을 차례로 지나 C 숙달, 통달, 완성까지, 13,488개가 50장씩 DAY 단위로 272일치 이어져 있어요. 어제 어디까지 했는지 기억할 필요 없어요. 앱을 열면 오늘 카드가 이미 준비돼 있고, 다 하면 오늘은 여기까지라고 말해 줘요.
「한 번 봤는데 왜 안 외워지죠?」
기억은 원래 그렇게 생겼어요.
1885년 헤르만 에빙하우스는 자기 자신을 상대로 기억이 사라지는 속도를 재서 망각곡선을 그렸어요. 새로 외운 것은 한 시간이면 절반 가까이, 하루가 지나면 3분의 2 이상이 사라져요. 어제 분명히 외운 단어가 오늘 안 떠오르는 건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에요.
그런데 이 곡선에는 빠져나갈 구멍이 하나 있어요. 잊기 직전에 다시 떠올리면 곡선이 완만해져요. 같은 단어를 하루에 열 번 보는 것보다 열흘에 걸쳐 한 번씩 보는 쪽이 훨씬 오래 남아요. 간격 효과라고 부르고, 논문 184편에 실린 실험 317개를 모은 2006년 메타분석이 확인한 사실이에요. 오래 기억하고 싶을수록 간격을 더 벌려야 한다는 것도 같은 연구에서 나왔어요.
그러니 관건은 잊기 직전이 언제냐예요. 그건 사람이 감으로 맞힐 수 없어요.
「그래서 언제 다시 물어보나요?」
기억날 확률이 90%까지 내려온 순간에요.
피터패터는 카드마다 망각곡선을 따로 그려 둬요. 아직 잊지는 않았지만 조금 흐려진 그 지점에서 다시 물어봐요. 완전히 잊은 뒤에 만나면 처음부터 다시 외워야 하고, 너무 일찍 만나면 아직 선명해서 데워지는 게 없어요. 어렵게 떠올린 기억일수록 오래 남기 때문에, 가장 값싼 한 번이 되는 자리를 찾는 거예요.
뜻을 보기 전에 스스로 떠올려 보는 것 자체도 기억을 강화해요. 눈으로 다시 읽는 것보다 훨씬 크게요. 카드를 뒤집기 전에 잠깐 멈추는 그 몇 초가 이 앱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이에요.
한 번 맞힐 때마다 곡선이 완만해지고 다음에 만날 날이 멀어져요. 방금 배운 단어는 10분 뒤에, 몇 번 맞힌 단어는 며칠 뒤에, 몸에 붙은 단어는 몇 달 뒤에 나와요. 틀리면 간격이 다시 좁혀지고요. 채점 버튼 밑에 다음에 언제 만날지가 미리 적혀 있어서, 지금 고르는 답이 무엇을 바꾸는지 보면서 누를 수 있어요.
종이 단어장은 이미 아는 단어와 아직 모르는 단어를 똑같은 횟수로 보게 만들어요. 피터패터는 그 시간을 모르는 단어 쪽으로 옮겨요. 같은 30분을 써도 남는 게 달라지는 이유예요.
계산을 맡은 건 FSRS예요. 안키에 기본으로 들어가 있는 간격 반복 알고리즘이고, 실제 학습자 1만 명의 복습 기록 7억 건으로 다듬은 모델이에요. 피터패터는 그 최신판을 그대로 써요. 90%라는 기준도 85%나 95%로 바꿀 수 있어요. 올리면 더 자주 만나고, 내리면 덜 만나는 대신 조금 더 잊어요.
「지금 내가 얼마나 알고 있나요?」
단어마다 온도가 있어요. 망각곡선 위에서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를 색으로 옮긴 거예요.
갓 외운 단어는 초록으로 따뜻하고, 오래 안 본 단어는 노랑을 지나 주황으로 식어 가고, 세 번 이상 틀린 단어는 빨강으로 가라앉아요. 복습은 식은 단어를 다시 데우는 일이에요.
숫자로 적을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어요. 「73%」는 읽고 나서 판단을 한 번 더 해야 하지만 색은 훑는 것으로 끝나거든요. 단어 목록을 내리다 보면 어디가 비어 있는지 저절로 보여요. DAY 목록 옆에도 같은 색이 세로줄로 깔려서, 어느 날치가 식었는지 한눈에 드러나요.
「어디까지 왔나요?」
연속 학습일, 정답률, 하루 평균, 카드 한 장에 걸린 시간이 매일 쌓여요. 지나온 날들은 히트맵 한 장으로 돌아보고, 앞으로 며칠간 복습이 얼마나 기다리는지는 미리 볼 수 있어요. 지금 속도를 유지하면 언제 다 외우게 되는지도 날짜로 알려 줘요.
「미국식인가요, 영국식인가요?」
고르는 거예요.
같은 단어라도 미국과 영국은 철자가 다르고 발음이 달라요. color와 colour, schedule의 첫소리, aluminum과 aluminium처럼요. 피터패터는 표기를 하나만 고르게 하고, 고른 쪽으로 철자와 발음기호와 재생되는 목소리까지 함께 바꿔요. 반대쪽 철자는 작게 옆에 남겨 둬요.
단어를 눌러 열면 미국식과 영국식 발음기호가 나란히 놓여요. 원하는 쪽을 누르면 그 억양으로 들려줘요.
「단어 하나에 뜻이 여러 개면요?」
품사별로 줄을 나눠요.
lead는 명사로 선두이자 단서이고 납이며, 동사로는 이끌다예요. 한 줄에 몰아 적으면 어느 뜻이 어느 품사인지 알 수 없어요. 피터패터는 품사마다 줄을 갈라 두고, 그 줄에 딸린 불규칙 활용을 함께 놔요. tear는 찢다일 때 tore·torn이고 눈물이 글썽인다는 뜻일 때는 teared예요. 그 갈래까지 적어 뒀어요.
발음이 갈리는 단어는 그 줄에 발음기호가 따로 붙어요. record는 명사일 때 앞을 세게 읽고 동사일 때 뒤를 세게 읽어요. 눌러 보면 각각 다른 소리가 나요. 같은 철자에 뜻마다 발음이 다른 단어도 마찬가지예요.
「웹에서는 뭘 할 수 있나요?」
앱과 같은 단어장을 브라우저에서 펼쳐 볼 수 있어요. 13,488 단어를 철자·뜻 어느 쪽으로든 검색하고, 급수와 DAY를 따라 내려가면 단어 하나가 페이지 하나예요. 미국식·영국식 발음을 둘 다 듣고, 품사별 뜻과 활용형까지 한 페이지에서 봐요. 목록에서는 발음과 뜻을 가리고 섞어서 스스로 시험해 볼 수 있고, 카드를 넘기며 채점하면 여기서도 온도가 붙어요.
웹에서 매긴 온도는 그 브라우저에만 남아요. 오늘 몫을 골라 두고 잊을 때쯤 다시 꺼내는 일정은 앱이 맡아요. 검색으로 들어온 단어 한 장을 그 자리에서 익히는 건 웹, 매일 이어 가는 건 앱이에요.
「왜 예문이 없나요?」
단어를 외우는 데 쓰이지 않아서예요.
피터패터는 기능을 더할 때마다 「이게 없으면 단어를 못 외우나」를 물어서 걸러 왔어요. 예문이 걸렸고, 랭킹과 친구 목록이 걸렸고, 로그인도 걸렸어요. 암기 카드에 남은 건 표기와 발음기호, 뜻, 품사, 그리고 미국식과 영국식 철자가 다를 때의 반대쪽 표기. 그것뿐이에요.
「왜 랭킹이 없나요?」
남의 속도가 내 기준이 되면 안 되니까요.
하루에 새로 배울 단어 수, 복습 상한, 목표 암기율, 하루가 바뀌는 시각, 새 단어를 꺼내는 순서, 답 버튼의 단계 수까지 전부 내가 정해요.
알림도 보내지 않아요. 쌓인 배지와 재촉하는 알림은 쫓기고 초조해지는 기분을 만들 뿐이고, 그렇게 여는 앱은 오래 못 가거든요. 연속 학습일도 기록이지 벌이 아니라서, 끊겼다고 경고하지 않고 이어 가라고 조르지 않아요. 열고 싶을 때 열면 돼요.
계정이 없어요. 학습 기록은 전부 내 기기 안에만 남고, 필요하면 파일로 내보내 다른 기기로 옮길 수 있어요.
그 밖에
- 카드를 뒤집을 때 원어민 발음을 자동으로 들려줘요
- 목소리는 미국식과 영국식마다 여자 하나 남자 하나 중에 고르고, 한 번 받아 두면 인터넷 없이도 들려요
- 발음은 전부 발음기호대로 못박아 만들어서, 같은 철자라도 뜻에 맞는 소리가 나요
- 단어와 뜻으로 검색해요
- 마음에 남는 단어를 저장하고 메모를 붙여 둘 수 있어요
- 잊어 가는 단어와 자주 틀리는 단어는 따로 모여요
- DAY 안에서 뜻을 가리고, 섞고, 암기율이 낮은 순으로 볼 수 있어요
- 라이트와 다크 테마, 배경 효과와 흐림 끄기를 지원해요
영어를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왕초보, 수능이나 토익을 준비하며 어휘를 정리하는 수험생, 학원 없이 영어를 독학하는 직장인에게 맞는 단어장이에요.
요령은 앱이, 꾸준함은 당신이.
오늘 몫만 끝내면 돼요.